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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감염병

말라리아 확산 범위의 변화와 기온 상승

by info-today1 2025. 5. 5.

말라리아는 오랫동안 열대나 아열대 지역에서만 발생하는 풍토병으로 여겨졌다. 특히 아프리카, 동남아, 남미 일부 지역은 말라리아가 상존하는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되었고, 온대 지방이나 고산 지대는 말라리아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곳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최근 기온이 점점 상승하면서, 말라리아의 활동 지역도 조금씩 북상하고 고도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생존이 어려웠던 고지대, 온대 지방에서도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Anopheles 속)의 활동이 확인되고 있으며, 이는 말라리아의 지리적 확산 가능성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이 글에서는 기온 상승이 말라리아의 확산 범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이 변화가 앞으로의 보건 정책에 어떤 함의를 주는지 살펴본다.

 

1. 기온 상승이 말라리아 매개체의 생존 조건을 바꾸고 있다

말라리아는 **열원충(Plasmodium)**이라는 기생충에 의해 발생하며,
이 원충은 Anopheles 계열의 모기를 통해 사람에게 전파된다.
이 모기는 따뜻하고 습한 환경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그동안 열대 지역에서 주로 서식해왔다.

하지만 지구 평균기온이 꾸준히 오르면서,
기존보다 더 북쪽, 더 높은 고도에서도 이 모기의 생존이 가능해지고 있다.
실제로 에티오피아, 케냐 같은 고산지대에서 말라리아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기온 변화가 매개 모기의 활동 지역을 넓히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기온이 18~32도 사이일 때 말라리아 원충이 가장 활발하게 증식하며,
이 구간의 온도 범위가 점차 넓은 지역에서 더 오래 지속되면
말라리아의 확산도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2. 온대 지역에서의 국지적 발병 사례 증가

과거 말라리아는 온대 지방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질병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유럽, 북미, 동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도
국지적 말라리아 감염 사례가 보고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남부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지역 내 전파된 말라리아 사례가 발생했고,
한국의 경우도 휴전선 근처에서 말라리아 환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① 해외 유입자 증가,
② 매개 모기의 북상,
③ 계절의 변화로 인한 활동 기간 확대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이며, 그 중심에는 기온 상승이라는 구조적 변화가 있다.

 

말라리아 확산 범위의 변화와 기온 상승

3. 기후 대응 없는 보건 정책은 한계에 부딪친다

현재 대부분의 말라리아 대응 정책은 고위험 국가 중심의 예방, 치료, 방역 전략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기후에 의해 위험 지역 자체가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 같은 정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앞으로는 기후데이터를 반영한 질병 예측 모델,
신규 위험 지역에 대한 감시 시스템 구축,
그리고 백신·방충 시스템의 지역 확산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말라리아는 여전히 치료 가능한 감염병이지만,
기후로 인해 통제력을 잃게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지금의 대응이 늦어지면,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지역에서 말라리아 재유행을 맞게 될 수도 있다.

 

결론: 고온은 말라리아의 새로운 기회다

기온 상승은 단지 무더위를 의미하지 않는다.
감염병의 매개 환경을 바꾸고, 과거에는 안전했던 지역을 위험 지대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된다.

말라리아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앞으로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감염병 확산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이제는 말라리아를 단지 열대병으로 볼 것이 아니라,
기후 위기 시대의 전 지구적 감염병 리스크로 인식하고, 조기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