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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감염병

기후변화와 백신 공급 불균형의 연관성

by info-today1 2025. 5. 7.

감염병 대응에 있어 백신은 가장 강력한 무기다.
하지만 이 강력한 도구도 공평하게 제공되지 않는다면
보건 위기의 불씨를 꺼뜨릴 수 없다.
특히 개발도상국, 기초 보건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에서는
백신의 ‘공급 불균형’이 감염병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런데 이 백신 불균형 문제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바로 기후변화다.
기온 상승, 극한 기후, 수해와 가뭄은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백신의 생산, 운송, 보관, 배포 전 과정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기후변화가 어떻게 백신 공급에 차질을 주고,
그 결과 감염병 대응의 지역 간 격차를 어떻게 심화시키는지를 살펴본다.

 

1. 극단적 기후가 백신 유통망을 마비시킨다

백신은 대부분 **저온 상태(2~8℃)**에서 보관·운송돼야 하는 콜드체인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홍수, 태풍, 폭염, 산불 등이 자주 발생하면서
이러한 냉장 유통 시스템이 중단되거나 손상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폭우로 인한 도로 단절, 전력 공급 차단, 공항 폐쇄 등은
백신 운송을 지연시키고 보관 중이던 백신을 폐기처분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특히 저개발국에서는 전력 기반이 불안정하거나 예비 전원이 없는 경우가 많아
한 번의 자연재해로 수십만 회분의 백신이 무력화될 수 있다.

이러한 유통 인프라 마비는 질병이 가장 빠르게 확산되는 시기에 백신이 가장 늦게 도착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2. 기후 취약국일수록 백신 접근성이 더 낮아진다

기후변화는 모든 국가에 영향을 주지만, 피해를 견딜 수 있는 여력은 국가마다 다르다.
저소득 국가, 기후 재난이 잦은 지역은 보건 인프라뿐 아니라 행정·물류 시스템도 불안정해
외부 지원 없이는 백신 공급이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아프리카 국가들은
COVAX를 통해 백신을 공급받았지만, 기후 악화로 인한 수송 지연과 보관 실패로 인해
도착한 백신의 일부가 유통기한 만료 전 사용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백신 확보는 되었지만, 기후변화가 접종 완료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처럼 기후 취약국일수록 감염병 대응에서도 이중·삼중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3. 기후변화는 백신 수요를 증가시키면서도 공급 여건은 악화시킨다

기후변화는 말라리아, 뎅기열, 콜레라, 황열 등 기후 민감형 감염병의 확산을 촉진하고 있다.
이 말은 곧, 백신 수요는 급격히 증가하는데,
기후 자체가 공급과 접종을 어렵게 만든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WHO는 뎅기열 유행 국가의 확대에 따라
2024년 이후 뎅기열 백신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 예측했지만,
이에 맞춰 백신을 제때 전달하기 위한 기후 대응형 콜드체인 투자나 물류 시스템 보강은 아직 미비하다.

즉, 기후가 질병을 만들고, 그 질병을 막기 위한 백신은 기후 때문에 제때 도달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심화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가 간 감염병 대응 격차는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와 백신 공급 불균형의 연관성

결론: 백신 불균형은 기후위기와 맞물려 더 심각해진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새로운 질병을 퍼뜨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 질병을 막을 수 있는 수단조차 제때 전달되지 못하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백신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생산량 확대뿐 아니라,
기후변화에 탄력적인 백신 유통망, 현지 보건 시스템의 강화,
예방 중심의 기후·보건 통합 정책이 필요하다.

기후에 흔들리지 않는 백신 접근성을 확보하는 것,
그것이 감염병 시대에 진짜 공평한 보건 대응의 시작점이다.